2019년 5월 7일

(44)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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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20:13-27

예배일시

2019년 5월 5일

  1. 대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 갈 일이 있어 강변에 동서울 터미널을 갔다. 표를 사고 시간을 기다리다가 기사님께 표를 드리고 버스에 올라탔다.
  2.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차에서 할 만한 일이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는 일 정도 뿐이어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3. 한참을 듣다가 잠을 좀 자다가 깨어났다. 중부 고속도로는 외가에 갈 때 늘 다니던 길이기 때문에, 길이 익숙한데, 깨어나보니, 느낌이 싸~~~ 했다. 늘 보던 그 길이 아니다. 
  4. 지금 같으면, 핸드폰으로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네비라도 켜볼텐데, 한참을 아니겠지 아닐거야 하다가, 기사님께 가서 물었다. 이거…거기 가는 버스 아닌가요…??
  5. 순간 기사님의 그 “이놈은 뭐야” 라는 표정과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저의 인생에 있어 가장 예상치 못했던 여행이 시작됐다. 
  6.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렇게 기사님들이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그때는 아직 시대가 아날로그였던 것 같다. 기사님이 다음 톨게이트 합류하는 지점에 가서, 저를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줬다. 그리고는, 걸어서 톨게이트로 올라가서 거기서 아무 차나 얻어타고, 그 동네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새로 타고 최종 목적지로 가라는 것이다.
  7. 그렇게 제안을 실행하는 기사님이나, 또 고속도로에 진짜 내려서 걸어서 톨게이트로 올라간 저나, 정상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 역사는 정말 일어났다. 이거 실화입니다.
  8. 톨게이트를 향해 밑에서 위로 걸어 올라가니, 이미 저쪽에서 톨게이트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멀리감치서부터 나왔다. 자신도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믿기지 않으신 듯 했다. 멀쩡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멀쩡히 차려입고 고속도로에서 걸어 올라오는데, “너가 거기서 왜 나와” 이 느낌이다. 
  9. 여차저차 설명했더니, 톨게이트 옆에 서 있으란다. 그러다가 대형트럭을 운전하시는 분이 지나가실 때, 사정을 이야기 하고 나를 태워달라고 부탁하셔서 트럭을 얻어탔다. 
  10. 이것이 바로 영화에서나 보던 히치 하이킹! 남자도 히이 하이킹 할 수 있다. 그렇게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새로 타고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11. 심지어 내린 톨게이트가 어디였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그 트럭기사분이라 어떤 대화를 했었는지도 기억안난다. 전혀 안난다. 단지 제가 잘못탔고, 잘못 내렸지만, 잘 도착했다는 것만 머리에 남아 있다. 
  12. 오늘은 길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경험담을 말씀드렸다. 길이라는 것은 정신 놓으면, 잃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심지어 요즘 세상에 네비가 있어 켜놓고 가다가도 정신 놓고 운전하다보면, 나가야 되는데 안나가는 경우가 있다. 
  13. 오늘 바울이 길을 걷는다. 그리고 길을 방향 잡고 끝까지 걷는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렇게 길을 걸을 것을 가르쳐준다.